정운찬과 정치인 검증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을 MB정권에서 국무총리로 지명, 어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등 일부 의원들의 표결에 의해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정운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양심적 지식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

그동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개혁적인 경제학자로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유력한 대선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출마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번 ‘정운찬 카드’는 야권에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총리 지명을 수락한 것부터 평소 그의 언행에 비추어보면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은 이를 두고 “연애는 민주당과 하고 결혼은 한나라당”과 했다고 표현해 그
서운함을 내빛추기도 했다. 그만큼 정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애착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정총장에 대한
평소 믿음이 강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또, 이번 총리 임명에는 세종시 논란이 중심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충제충” 충청권 인물로 충청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말이 나왔다. 즉, 충청권 총리를 통해서 세종시 문제를 선회시킴으로 해서 MB정권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정운찬 카드를 톻해, 세종시 사업의 변경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발끈했다. 결국,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야권의 질문에 끝까지 찬성하지 않아 향후, 충청권의 중심으로 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운찬 검증으로 양심적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 불신 더 커질 듯

정책적인 논란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려고 한 것은 사실 정부가 의도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정운찬이라는 인물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비추어진 한국 정치인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즉, 청렴하고 개혁적인 학자라 여겨지고 존경을 받아왔던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향후 개혁적인 인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커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의 불신이 아닌 존경받는 사회적
지도층에 대한 국민적 폄하가 일파만파 커질지도 모른 일이다.

 

아들의 이중국적 논란, 병역면제 논란, 세금 탈루,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 등이 과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운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세금 탈루 등이 발견되면서 급하게 누락된 소득을 신고하고 당일 아침에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이 미국의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비자 등을 이유로 본인이 반대했다는 말까지 했다. 또
모기업으로 부터 1,000여 만원의 용돈을 받았다는 말까지 나와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굳게 신뢰했던 그 사람이 맞는가 의심할
정도였다. 또, 병역 면제와 관련해서는 그 이유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친이 돌아가셨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비용이 없어 한국에 올 수 없었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정운찬과 외부 영입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언론에는 재보궐선거 지역에 전략공천, 외부 영입 등의 말이 떠돌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에서도 외부영입은 항상 주메뉴다. 정치권에서 외부영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정치권에 식상한 국민들의 시선을 새롭게
하고 정당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언론인, 학자, 법조인 등을 영입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는 대학의
학자출신들이 대거 후보자로 영입이 되어서 폴리페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만큼 정치인들의 인맥상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운찬은 민주당의 유력 후보군 중에 하나였을 뿐

그런데 이번 정운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일부 개혁진영에서 또다시 민주당 탓을 하고 있다. 이른바 “민주당이 대선
후보자로 밀었던 인물이 이 정도였냐”는 비난이다. 물론 정운찬 전 총장에 대한 민주당 인사와의 친분 등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학자 정운찬으로 만났기 때문인 것이다. 또, 정운찬이 민주당 등의 대선 후보자로 거론은
되었으나 일부 지도부에서 거론되었던 여러 후보군 중에 한 명일 뿐, 민주당의 후보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는 것.

 

친구로서 지낸 것과 후보는 분명 다르다. 친구는 검증을 하지 않지만, 후보는 검증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즉, 후보가
본인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은 검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라 생각했던 민주당 의원등이 이번 과정을 통해 더 충격을
컸을지도 모른다.

 

이번 계기로 민주당은 후보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그동안 외부영입을 통해 선거를 치룬 몇 번의 경우를 보면, 성공을 한 경우가 드물다. 물론 총선 등에서 연예인, 학자,
언론인 등을 영입해 의원이 되었던 경우는 있었다.  실퍠의 주요 원인은 외부영입과 함께 전략공천이 결정되면서 선거운동으로 인해
후보자 검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당의 인물난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지만 정당은 국민들 앞에 후보를 내놓기 전에 철저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또, 후보자는
출마를 결심하고 난 후 그 검증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외부영입이 일종의 “깜짝쇼” 형태로 급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았다. 내부 인물을 다각도로 검토하다 결국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이 외부영입 카드이기 때문에 검증의 시간도 부족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의미로 보면, 외부영입은 일종의 도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급하게 후보를 영입하다 보니, 제대로된
검증이 이루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흡한 후보자 검증, 한정된 선거법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의 선거법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즉,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장소에서만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 등은 선거운동 기간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일상적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고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증을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은 후보자가 되어 선관위에 예비후보자가 되어야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그 때부터 검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경선을 통해 후보자 검증 반드시 해야

이제 한국의 선거에서는 경선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동안 일방적인 하향식 공천제를 대신해 국민참여 경선, 여론조사 경선 등으로 다양하게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제도화되어 가고 있다.

 

경선은 선거의 흥행몰이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는 정당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후보자 검증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도덕성, 경제적 투명성, 국민으로서의 의무 등이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드러나는
시기인 것이다. 그 이전에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본인이 감추려고 한다면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문제를
분명하게 밝히고 검증 받지 못하면 후보자는 본선에서 우세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정당에서 경선보다는 중앙당의 공천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경선이 갖는 폐단이 크다는
지적때문이다. 경선 비용도 만만치 않고,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가 변절하거나 비협조적이 되다보니 본선에서 지치거나 선거운동의 동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소한 차이로 후보가 결정된 경우에는 떨어진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혹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니, 정당에서는 경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론조사 경선은 검증이라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경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한국처럼 한정된 시간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경선은 유지되어야 한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외부영입, 경선 등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다. 또, 경선을
해도 편리한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종종 나올 것이다. 단순한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선이 후보자의 검증
과정이라고 본다면 단순 여론조사는 사실 그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 등이 적극적으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다양한
검증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그에 대한 민주당을 향한 비난은 이른바 “친구를 잘못 사귄 죄”일 뿐이다.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을지도 몰라도, 그 친구가 말하지 않은 개인적 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운찬은 민주당의 후보자가 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 정당이 검증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충격적
사실이 나온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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